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한국문학선집
* 도서 구성 및 독자 대상
-첫째, (고품격) 현대 문법 정리(띄어쓰기 및 현대어 적용)
-둘째, 한국 근/현대 문학 대표작 선집(한국인 사랑하는 대표 단편소설)
-셋째, 국어 교과서 수록 작품(초/중/고등학생 및 남녀노소 필독서)
-넷째, 채만식(蔡萬植) 작가/작품 소개
-다섯째, 채만식 작품 이외 3편 추가 수록
* 채만식(蔡萬植) 한국문학선집
1902년 7월 21일 ~ 1950년 6월 11일
은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의 소설가, 극작가, 문학평론가, 수필가이다.
본관은 평강(平康)이며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이다.
'세길로'로 [조선문단]에 추천, 문단에 등장했다.
그의 '인텔리와 빈대떡'(1934), '레디 메이드 인생'(1934) 등은 모두 지식계급의 실직과 불우한 운명을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으로 그 시대성을 드러내었다.
* 레디메이드 인생
-내용-
"뭐 어디 빈자리가 있어야지."
K사장은 안락의자에 푹신 파묻힌 몸을 뒤로 벌―떡 젖히며 하품을 하듯이 시원찮게 대답을 한다. 미상불 그는 두 팔을 쭉― 내뻗고 기지개라도 한 번 쓰고 싶은 것을 겨우 참는 눈치다.
이 K사장과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공손히 마주 앉아 얼굴에는 '나는 선배인 선생님을 극히 존경하고 앙모합니다' 하는 비굴한 미소를 띠고 있는 구변 없는 구변을 다하여 직업 동냥의 구걸(口乞) 문구를 기다랗게 늘어놓던 P…… P는 그러나 취직운동에 백전백패(百戰百敗)의 노졸(老卒)인지라 K씨의 힘 아니 드는 한마디의 거절에도 새삼스럽게 실망도 아니한다. 대답이 그렇게 나왔으니 이제 더 졸라도 별수가 없는 것이지만 허실삼아 한마디 더 해보는 것이다.
"글쎄올시다, 그러시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 해주십사고 무리하게 조를 수야 있겠습니까마는…… 그러면 이 담에 결원이 있다든지 하면 그때는 꼭……."
이렇게 말하고 P는 지금까지 외면하였던 얼굴을 돌리어 K사장을 조심성 있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K사장은 우선 고개를 좌우로 두어 번 흔들고는 여전히 하품 섞인 대답을 한다.
"결원이 그렇게 나나 어데…… 그러고 간혹가다가 결원이 난다더래도 유력한 후보자가 몇십 명씩 밀려 있어서……."
P는 아무 말도 아니 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영영 틀어진 것이다.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일어서는 것밖에는 별수가 없다.
# 채만식(蔡萬植)
(1902년 ~ 1950년)
일제 강점기의 소설가, 극작가이다. 호는 백릉(白菱).
역설적인 풍자 기법이 돋보이는 '태평천하'와 1930년대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바라보는 냉소적 시선에 통속성이 가미된 《탁류》 이후, 《매일신보》에 연재한 《금의 정열》(1939)는 완전한 통속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